이름이 아니라 목적으로 묶기
ISSB, CSRD, CBAM, SFDR, CSDDD… 처음 보면 그냥 알파벳 수프입니다. 하지만 각 제도가 무엇을 강제하려 하는가로 물으면, 거의 전부가 세 개의 힘 중 하나로 정리됩니다. 이름을 외우는 대신 이 세 갈래를 잡으면 새 제도가 나와도 위치를 바로 찍을 수 있습니다.
첫째, 투명성을 강제하는 힘 — 공시
'네가 뭘 하고 있는지 표준 양식으로 밝혀라.' 리스크를 없애라는 게 아니라 드러내라는 요구입니다. ISSB의 IFRS S1·S2, 유럽의 CSRD가 대표적입니다. 투자자가 값을 매길 수 있도록 정보의 비대칭을 줄이는 장치입니다.
둘째, 행위와 무역을 강제하는 힘 — 규제
'밝히는 것을 넘어 실제로 이렇게 하라, 안 하면 팔지 못한다.' CSDDD는 공급망에서 인권·환경 실사라는 행위를 법적 의무로 만들고, CBAM은 탄소를 덜 낸 제품이라야 EU에 들어올 수 있게 하는 무역 장벽입니다. 공시보다 훨씬 이빨이 강합니다.
셋째, 자본을 배분하는 힘 — 금융
'돈이 어디로 흐를지 규칙으로 유도한다.' SFDR은 금융회사가 자사 상품이 얼마나 지속가능한지 공시하게 만들어, 투자 자금의 물길 자체를 ESG 쪽으로 돌립니다.
왜 이 구분이 실용적인가
똑같은 회사라도 어떤 힘에 노출됐는지에 따라 대응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공시 대상이면 데이터·보고 체계를, 무역 규제 대상이면 탄소 원단위 계산을, 금융 경로면 투자자 설문 대응을 준비해야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세 힘 전부가 결국 같은 바닥, 즉 '측정된 숫자' 위에 서 있다는 것을 파고듭니다.
이 단계와 연결된 규제·기준
카드를 눌러 도감에서 각 제도의 배경과 대상을 확인하세요.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
EU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은 EU에서 활동하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를 의무화하는 법입니다. 2026년 옴니버스 개정으로 적용 대상이 크게 축소됐습니다.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
CSDDD(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는 EU의 초대형 기업이 자기 사업뿐 아니라 공급망 전반의 인권·환경 위험을 스스로 조사하고 예방·개선·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입니다. 옴니버스 I 개정으로 대상이 크게 줄고 전환의무·단계일정이 폐지되면서 단일 적용일이 2029년 7월 26일로 통일됐습니다.
탄소국경조정제도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은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을 EU로 수입할 때 EU 내에서 생산했다면 냈을 만큼의 탄소 비용을 수입품에도 매기는 제도입니다. 2026년 1월 1일부터 인증서 구매·상환 의무가 본격 시행됩니다.
지속가능금융 공시규정
SFDR(지속가능금융 공시규정)은 EU의 금융회사·펀드가 투자 상품의 지속가능성을 투자자에게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으로, 이른바 그린워싱을 걸러내려는 목적입니다. 상품을 3개 범주로 재분류하는 개정(SFDR 2.0)이 진행 중이며 최종안은 아직 미확정입니다.
